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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거친 말, 누구 탓인가 (관심사 권위, 행동 분리 훈육, 충동 조절)

by 엄마와 한걸음 2026. 5. 18.

아이를 훈육하면 할수록 아이가 더 반항한다고 느끼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방과 후 체육 강사로 일주일에 세 번 초등학교에 나가는데, 어느 날 3학년 아이가 저를 보며 "선생님 얼굴이 세 보이네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느낀 건 분노가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자기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요.

관심사 권위가 무너지면 엄마 말이 안 들린다

아이가 엄마에게만 유독 함부로 대하는 경우, 많은 부모님들이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자책부터 하십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책이 아니라 분석이 먼저 필요합니다. 이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관심사 권위입니다. 관심사 권위란 아이가 자신의 세계, 즉 게임이나 특정 놀이 문화를 잘 아는 어른에게는 자연스럽게 따르는 반면, 그 세계를 모르는 어른에게는 권위를 느끼지 못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제가 수업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을 보면 이 구조가 꽤 뚜렷하게 보입니다. 플랜츠 vs. 좀비 같은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할 때, 그 아이 입장에서 "엄마는 그런 것도 모르잖아"라는 생각이 쌓이면 지시 자체에 대한 저항감이 생깁니다. 딸들이 패션이나 뷰티 감각이 없는 아빠 말에 무관심한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무시라기보다는 내 세계를 공유하지 않는 어른으로 분류된 것에 가깝습니다.

그럼 어떻게 권위를 되찾느냐. 무섭게 굴거나 엄격함을 높이는 것은 효과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게임 영상을 보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 이름 하나를 알아오는 것, 그 작은 행동이 "이 어른은 내 세계를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는 신뢰 신호로 작동합니다. 신뢰가 곧 권위라는 것, 이 등식이 훈육의 출발점입니다.

실제로 아동의 사회정서 발달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부모-자녀 간 공감 기반 상호작용이 높을수록 아이의 규칙 준수 행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고 나타납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단순히 "말을 잘 들어라"보다 관계의 질이 순응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행동 분리 훈육이 왜 거친 말 교정에 핵심인가

저는 수업 중 아이가 거친 말을 할 때 일부러 바로 제지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먼저 어떤 맥락에서 그 말이 나왔는지 살핍니다. 흥분 상태에서 게임이나 신체 활동 중에 나온 말인지, 아니면 상대를 향한 의도된 표현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행동 분리 훈육입니다. 행동 분리 훈육이란 잘못된 행동과 그 행동을 한 아이의 존재를 분리해서 가르치는 방식을 말합니다. "그런 말 하면 나쁜 사람 되는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공격받은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훈육은 역효과가 납니다.

제가 직접 써봤을 때 효과가 있었던 방식은 이겁니다. 아이가 "죽여버린다"는 표현을 쓰면 "그 말하지 마"가 아니라 "그 대신 날려버리자고 해봐"라고 대체 표현을 바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말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 언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요. 아이는 놀이를 멈추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틀렸다는 느낌도 덜 받으면서, 새로운 언어 패턴을 경험하게 됩니다.

훈육 상황에서 아이가 자주 오해한다면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합니다. 상황 해석 능력, 즉 타인의 의도를 읽는 사회적 인지 능력이 또래에 비해 발달이 덜 된 경우입니다. 사회적 인지란 상대방의 감정, 의도, 행동 이유를 추론하는 능력을 말하며, 이것이 부족하면 엄마가 게임을 멈추라고 해도 "또 나한테 나쁘게 하는 거야"로 해석합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훈육 전에 "엄마가 이렇게 하는 이유가 이거야"라는 맥락 설명을 먼저 짧게 붙여주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부모와 이야기 나누는 아이의 모습

거친 말 교정과 관련해 부모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거친 말이 나왔을 때 "왜 그런 말 해"보다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 거야"로 대체 언어를 즉시 제공한다.
  • 행동과 아이를 분리해서 말한다. "그 말이 나쁜 거지, 네가 나쁜 게 아니야"라는 틀을 유지한다.
  • 거친 말이 습관화된 경우 아이 혼자 교정하기 어렵다. 입에 붙기 전에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충동 조절 능력은 사회성과 같은 뿌리에서 자란다

제가 가장 고민이 많은 부분이 이 지점입니다. 체육 수업 중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면 "힘들어서 못 하겠어요", "앉아 있어도 돼요?"라는 말이 바로 나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엄마가 힘들면 선생님께 말하고 앉아있으라고 했어요"가 따라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결국 아이에게서 불편함을 견디는 경험 자체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요.

충동 조절 능력이란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잠시 멈춰서 상황을 살핀 후 행동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친구를 만났을 때 바로 "야, 플랜츠 좀비 알아?"라고 달려드는 아이는, 상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읽는 관찰 단계가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 능력은 글루건을 사용하는 과정처럼 단계가 있는 활동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훈련됩니다. 장갑 끼기, 열선 끄기, 5초 기다리기처럼 충동을 억제하고 프로세스를 따르는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체육 수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어려운 동작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단계를 밟아보는 경험, 그 과정 자체가 충동 조절 훈련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에서 "한 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쉬자"라는 말로 작게 시작하게 유도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따라옵니다. 문제는 이 경험이 집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부모가 먼저 차단해 버리면 학교에서 쌓은 경험이 희석됩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발표한 2023 학교 체육 활성화 정책 자료에도 신체 활동을 통한 자기조절 능력 발달이 학교폭력 예방과 직결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몸으로 하는 훈련이 단순한 운동 능력 향상이 아니라 사회성과 감정 조절 능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장에서 직접 보면서 더 확실하게 느끼는 부분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결국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거친 말 하나, 충동적인 행동 하나가 단순한 버릇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관계의 총합이라는 것을 부모님도 인식해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학교에서 아이를 바꾸려는 노력이 집에서 의도치 않게 무너지지 않도록, 부모와 교사가 같은 맥락을 공유하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MB76Kviq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