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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엄마의 육아 (각성조절, 충동성, 주의력결핍)

엄마와 한걸음 2026. 5. 26. 15:14

아이를 낳고 나서야 제가 ADHD라는 걸 알았습니다. 코로나로 집에 갇혀 있던 그 시기, 빨래를 널다 말고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마시다 말고 책을 펼치고, 책을 읽다가 아차 싶어 빨래로 돌아가는 하루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생각이 너무 많아서 과부하가 왔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ADHD를 가진 부모가 ADHD 아이를 키울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였습니다.

빨래를 널다 말고 커피를 마신 이유

아이를 낳기 전 제가 커리어를 쌓기 위해 공부와 일로 하루를 꽉 채워 살았을 때는 이런 증상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몸이 바빠서, 외부 자극이 항상 충분해서, 뇌가 그걸 먹고 돌아간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추고, 이혼 준비까지 겹치면서 처음으로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때서야 머릿속이 너무 시끄럽다는 걸 느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한 나의 모습

 

ADHD에서 핵심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자기 조절 기능과 억제 기능입니다. 여기서 억제 기능이란, 지금 해야 할 생각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잡생각을 눌러두는 능력을 말합니다. 저는 그게 잘 안 됐던 겁니다. 빨래를 널면서 머릿속에 커피가 떠오르면, 그 생각을 누르지 못하고 그냥 커피 쪽으로 몸이 움직였습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회로 자체의 문제였던 거죠.

성인 ADHD는 어릴 때처럼 뛰어다니는 과잉행동보다 이런 식의 주의력 저하 유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 성인 ADHD 유병률은 약 2~4%로 추정되며, 상당수는 진단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정신건강센터).

아이의 증상이 곧 나의 과거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보게 된 장면들이 있습니다. 20분이면 끝낼 숙제를 두 시간 넘게 붙들고 있는 것, 5시까지 오기로 했는데 놀이터에서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 의자 하나 찾으러 갔다가 옥상까지 올라가 있는 것. 처음엔 아이를 다그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모습들이 저의 과거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ADHD 아동에게 자주 나타나는 건 시간 지각의 왜곡입니다. 여기서 시간 지각이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뇌가 내부적으로 감각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감각이 불안정하면 아이는 "5시까지 오겠다"라고 약속하고도 실제로 그 시간이 다가오는 걸 느끼지 못합니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 뇌가 그 정보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한 ADHD 아이들은 가장 유리했던 경험을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까지 한 번 7분 만에 도착한 경험이 있으면, 항상 그게 가능하다고 여기고 출발을 늦춥니다. 결과 예측 능력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멈칫했던 건, 마감을 항상 '그때그때 맞출 수 있다'라고 생각했던 제 습관이 그대로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ADHD의 원인은 80~85% 이상이 유전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의 증상이 곧 저의 미진단 과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각성조절 실패와 감정의 폭발

ADHD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각성조절 문제입니다. 각성조절이란 뇌의 활성화 수준을 상황에 맞게 올리거나 내리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조절이 잘 안 되면 흥미 없는 상황에서는 졸고, 반대로 감정이 촉발되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반응하게 됩니다.

아이가 수업 중에 자꾸 졸아서 수면 장애를 의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면증(narcolepsy)과는 다릅니다. 기면증은 뇌의 각성 물질인 히포크레틴이 부족해 언제 어디서든 갑자기 쓰러질 듯 졸게 되는 질환입니다. 반면 ADHD의 졸음은 자극이 없고 지루한 상황에서 뇌가 절전 모드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게임 앞에서는 몇 시간이고 각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저도 이 부분이 제게도 해당된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감정이 건드려지면 20만큼 낼 화를 200만큼 내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충동형 ADHD의 억제 기능 저하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고 나서, 그나마 조금 자신을 다르게 볼 수 있었습니다.

ADHD의 감정 조절 어려움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가 과도한 감정 반응을 반복하면 아이는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저하로 이어집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나는 할 수 있다'는 내면의 믿음으로, 이것이 흔들리면 아이는 도전 자체를 회피하게 됩니다.

ADHD, 그냥 두면 안 되는 이유

ADHD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는 약 10%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만 17~18세가 되어서야 뇌 발달이 따라잡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나머지 90%는 어려움을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더 큰 문제는 설령 10%에 속해 뇌가 발달하더라도, 그동안 쌓인 실패와 좌절, 친구 관계의 어려움, 반복된 질책이 정서적 상처로 남는다는 점입니다(출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ADHD에서 권장되는 개입 방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약물치료: 뇌의 신경전달물질 조절을 통해 주의력과 충동 억제를 돕는 기반 치료
  • 행동치료: 결과 예측, 문제 해결 방식, 시간 관리 등을 반복 경험으로 훈련
  • 부모 코칭: 부모 자신의 감정 조절과 일관된 반응 훈련
  • 환경 조정: 간섭 자극을 줄이고 집중 가능한 물리적 환경 구성

제가 지금 지키려고 하는 건 단순합니다. 생각난 일은 잊기 전에 바로 합니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노력합니다. 아이에게 한 말은 제가 먼저 지킵니다. 거창한 치료 계획보다 이 작은 규칙들이 ADHD를 가진 부모에게는 더 현실적인 출발점이었습니다.

ADHD는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직접 겪어보니, 아이를 다그치기 전에 저부터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였습니다. 아이도, 저도, 뇌의 발달 속도가 다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ADHD가 의심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미루지 않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를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LFvnhp21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