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에게만 필요한 물건 리스트 만들기
— 가족 수가 줄어들면, 삶의 기준도 달라진다
집 안을 정리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물건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걸까?”
예전에는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아이를 키우려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이와 둘이 사는 삶은, 물건의 기준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가족 수가 줄어들면, 삶도 달라진다
아이와 둘이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속도’였다.
결정도, 생활도, 하루의 리듬도 단순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 안의 물건은 그대로였다. 네 식구 기준으로 사두었던 물건, 언젠가 필요할 것 같아 들여온 가전, 선물로 받아 쌓아 둔 생활용품들.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데, 공간과 마음만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가족의 형태가 바뀌었는데, 물건의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남들 기준’으로 들여온 물건들
정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건 “있어야 할 것 같았던 물건”들이었다.
아이 친구들이 집에 오면 필요할 것 같았던 식기, 명절에 쓰려고 남겨둔 접시 세트,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소형 가전.
정작 우리 둘의 일상에는 등장하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그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놓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이걸 쓴 적이 있나?”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오’였다.
그제야 알게 됐다.
이 물건들은 ‘우리 삶’을 위해 존재한 게 아니라,
‘남들 눈에 괜찮아 보이기 위한 기준’에 맞춰 들여온 것들이라는 걸.
아이와 함께 시작한 물건 선택
정리는 혼자 하지 않았다. 아이를 불러 함께 앉았다.
“이건 우리 집에 꼭 필요할까?”
아이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처음에는 “있으면 좋지”라는 대답이 많았다. 하지만 질문을 바꿨다.
“이거, 자주 써?”
“이게 없으면 불편해?”
아이의 대답은 생각보다 솔직했다.
“이건 거의 안 써.”
“이건 다른 게 있어서 괜찮아.”
그 순간 깨달았다. 아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떤 물건이 자신의 삶에 필요한지.
우리 둘에게만 필요한 물건 리스트
정리를 하며 자연스럽게 ‘우리 둘에게만 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만들게 됐다.
- 매일 사용하는 컵 두 개
-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몇 가지
- 자주 입는 옷 위주로 줄인 옷장
- 둘이 함께 앉아 읽는 책 몇 권
- 식탁 위에 항상 놓이는 작은 조명
이 리스트에는 ‘혹시 몰라서’라는 이유로 남겨둔 물건이 없다.
지금의 우리 생활을 실제로 지탱해 주는 것들만 남았다.
적은 물건이 만들어준 변화
물건이 줄어드니 집이 조용해졌다.
정리할 것이 줄어드니 하루가 덜 피곤해졌다.
아이도 달라졌다. 장난감이 줄었는데도 더 오래 집중해서 놀고, 스스로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음이었다.
집에 들어올 때 느껴지던 막연한 부담감이 사라졌다.
“정리해야 할 게 많다”는 압박 대신,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안도감이 생겼다.
미니멀은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다
아이와 둘이 사는 삶에서 미니멀 라이프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만 남기겠다는 선택,
남의 기준이 아닌 우리 삶의 리듬을 존중하겠다는 선택이다.
아이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많이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삶에 맞는 것을 알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오늘도 리스트는 조금씩 바뀐다

‘우리 둘에게만 필요한 물건 리스트’는 완성형이 아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우리의 생활이 바뀔 때마다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리스트의 기준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아니라,
지금 이 집에 사는 우리 둘에게 필요한가.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