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가진 아이보다, 깊이 노는 아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장난감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선물로 들어오고, 지나가다 한 번쯤 사주게 되고, “이건 교육에 좋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렇게 쌓인 장난감들 사이에서 아이는 늘 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래 놀지는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심심해”라는 말을 들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심심한 걸까, 아니면 너무 많은 선택지 속에서 길을 잃은 걸까.
장난감이 많을수록 아이는 바빠진다
한때 우리 집 거실은 작은 장난감 매장 같았다.
자동차, 블록, 인형, 퍼즐, 보드게임, 캐릭터 장난감까지.
아이에게는 선택권이 많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한 장난감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블록을 꺼내다 말고 인형으로 넘어가고, 인형을 두고 자동차를 굴렸다.
놀이가 깊어지기 전에 항상 다음 장난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어른의 스마트폰 사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스크롤하지만, 남는 건 피로뿐인 시간처럼.
‘장난감 정리’가 아닌 ‘장난감 선택’
장난감을 줄이기로 마음먹었을 때, 나는 ‘버리기’부터 떠올리지 않았다.
대신 아이와 함께 앉아 물었다.
“요즘 네가 제일 자주 가지고 노는 건 뭐야?”
“이건 언제 마지막으로 놀았어?”
아이의 대답은 의외로 분명했다.
“이건 좋아하지만, 이건 그냥 있는 거야.”
아이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장난감이 다 필요하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장난감 정리’가 아니라 ‘장난감 선택’을 했다.
줄였더니, 놀이가 달라졌다
장난감 수가 줄어들자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놀이 시간의 길이였다.
하나의 장난감을 꺼내면 금방 내려놓지 않았다.
역할을 만들고, 이야기를 붙이고, 같은 장난감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했다.
자동차는 레이싱이 되었다가, 병원이 되었다가, 여행 가방이 되었다.
장난감은 줄었지만, 아이의 상상은 오히려 넓어졌다.
나는 그제야 이해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장난감이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이라는 걸.
장난감이 줄어드니 감정도 달라졌다
의외의 변화는 감정에서도 나타났다.

장난감을 고르다 짜증 내는 일이 줄었고, 정리 시간에도 갈등이 줄었다.
정리해야 할 물건이 적으니, 아이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이건 네가 선택한 거니까, 네가 제일 잘 아는 자리로 돌려보자.”
그 말 한마디로 정리는 명령이 아니라 책임이 되었다.
‘적게 가지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나는 아이에게 미니멀리즘을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적게 가져야 한다’는 가치관을 주입하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많이 가졌을 때보다,
정말 좋아하는 몇 가지를 가질 때 더 즐겁다는 걸.
장난감 미니멀리즘은 교육 방식이 아니라, 생활의 결과였다.
어른에게도 같은 질문이 남았다
아이의 장난감을 줄이며,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어른인 나는 과연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고 있을까.
아이에게 집중을 바란다면,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줄일 수 있을까.
아이의 놀이를 지켜보며, 미니멀은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적을수록 오래 노는 이유
장난감이 적을수록 아이는 오래 논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선택에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놀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자극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충분히 탐험할 시간이다.
오늘도 우리는 조금만 남긴다
지금도 가끔 새로운 장난감이 집에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시 묻는다.
“이건 우리 놀이에 오래 남을까?”
그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때만, 장난감은 자리를 얻는다.
적게 남기기로 한 건, 부족해서가 아니다.
아이의 놀이를 더 깊게 지켜주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