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잘하는 집이 아니라 ‘찾지 않는 집’
단둘이 사는 가정에서 집 정리는 미적인 만족을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깔끔한 집을 유지하는 것도, 물건을 최소화하는 것도 목표가 아닙니다. 이 집에서 정리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 생활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보호자 혼자 아이 돌봄과 집안일, 일정 관리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작은 혼란도 빠르게 피로로 이어집니다. 특히 물건을 찾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보호자의 목소리는 커지고, 아이와의 마찰도 잦아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가 안 돼서 힘들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정리가 안 돼서가 아니라 찾아야 할 것이 많아서 힘든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가방이 어디 있는지, 외투를 어디에 두었는지, 학용품이 어느 서랍에 있는지를 매번 떠올려야 한다면 아침과 저녁은 늘 긴장 상태가 됩니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는 이 긴장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정리는 곧 분위기 관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단둘이 사는 가정에 필요한 정리는 ‘정리 잘하는 집’이 아니라 **‘찾지 않는 집’**입니다. 물건이 많아도 괜찮고, 수납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물건이 늘 같은 자리에 있고, 그 위치를 보호자와 아이가 함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고정 위치 정리 루틴의 핵심입니다.
고정 위치 정리 루틴을 만들기 전에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정리는 한 번에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 생각은 단둘이 사는 가정에 가장 치명적입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정리하려다 보면 시간이 많이 들고, 체력이 소모되며,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흐트러집니다. 그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 “나는 정리에 소질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소질이 아니라 방식입니다.
고정 위치 정리의 첫 번째 원칙은 자주 쓰는 물건부터 정한다는 것입니다. 가방, 외투, 신발, 학용품, 충전기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사용하는 물건들이 우선 대상입니다. 이 물건들은 집 안을 돌아다니면 안 됩니다. 이동할수록 찾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루틴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가방은 현관 근처 한 곳, 외투는 현관이나 방 입구의 한 걸이, 신발은 신는 자리 바로 옆처럼 행동 동선과 맞닿은 위치에 둡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장 깔끔한 위치”가 아니라 “가장 쓰기 쉬운 위치”를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예쁘게 정리된 옷장 안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이 가는 곳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 정리는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구조여야 합니다.
두 번째 원칙은 한 물건 = 한 자리입니다. 가방이 방에도, 거실에도, 차에도 있다면 고정 위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이 가방은 집에 들어오면 반드시 현관 옆 자리에 두는 규칙을 만듭니다. 외투 역시 소파 위, 의자 위, 침대 위를 떠돌게 두지 말고 한 곳에만 걸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규칙이 지켜지면 “가방 어디 있어?”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아이의 참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보호자가 대신 정리해 주는 방식은 당장은 편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담을 키웁니다. “가방은 여기야”라고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그 자리에 두도록 반복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물건의 위치를 몸으로 기억하게 되면, 보호자의 개입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세 번째 원칙은 카테고리 단순화입니다. 학용품은 종류별로 나누기보다 ‘한 박스’에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색연필은 여기, 연필은 저기, 지우개는 또 다른 서랍에 두기 시작하면 아이도 보호자도 헷갈리기 쉽습니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는 세분화된 정리보다 덜 나누는 정리가 훨씬 오래 갑니다. 찾기 쉬운 구조가 최고의 정리입니다.
충전기나 리모컨처럼 자주 사라지는 물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안에 충전기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필요할 때마다 찾느라 시간을 쓰게 됩니다. 충전 구역을 한 곳으로 정해두고 “충전은 여기서만”이라는 규칙을 만들면 혼란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런 작은 고정 위치들이 모여 하루의 흐름을 지켜줍니다.
고정 위치 정리 루틴이 자리 잡으면 집안 분위기에 분명한 변화가 생깁니다. 보호자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아이에게 하는 질문이 줄어듭니다. “어디 있어?” 대신 “자리 확인했어?”라는 말로 바뀌는 순간, 집은 훨씬 안정적인 공간이 됩니다. 이는 단순한 정리 효과가 아니라, 생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결과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고정 위치가 깨졌을 때의 태도입니다. 아이가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았다고 바로 지적하기보다, “우리 자리로 돌아가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말은 비난이 아니라 기준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단둘이 사는 집에서는 감정싸움이 길어질수록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정리 역시 감정을 최소화하는 언어와 함께 가야 합니다.
고정 위치 정리는 집을 완벽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게 만드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물건이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필요한 것을 바로 찾을 수 있다면 그 집은 이미 잘 작동하고 있는 집입니다. 단둘이 사는 가정에서 정리는 성취가 아니라 유지의 문제입니다.
결국 이 루틴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보호자가 덜 지치고, 아이와 덜 다투는 집. 정리를 잘하는 집이 아니라, 찾지 않아도 되는 집. 그 기준이 세워지면 집은 더 이상 스트레스의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회복하는 공간이 됩니다. 고정 위치 정리 루틴은 단둘이 사는 가정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아이와 둘 행복한 삶을 향한 루틴, 하나씩 함께 해봅니다.